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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다리면 머리 위에 이끼가 낄 것 같다.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담쟁이가 올라올 것 같다.
이야기 한 편이 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그 작은 귀에도 몽돌 구르는 소리가 울리는지.
사람들이 굽고 간 도자기를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딘가 모자라고 이상하지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보았거든.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돌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은 돌의 무게를 감당할 용기와 그런 용기를 줄 수 있는 담대함.
불 꺼진 거리에는 타다 만 연탄 냄새만 맴돌고 지난 밤 피어오르던 왁자한 말소리 온데간데없네.
햇살이 차고 넘쳐 온몸 위로 곱게 부서지고 있다. 내 뒷모습도 나목들과 같을까.
먼 바다를 굽어다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마음을 더한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지.
두 개의 가을과 아직 여름인 것들 사이. 시간 속을 걷는 듯 묘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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