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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웃음들. 어깨가 스치는, 딱 그 만큼의 거리에 서서 바지런히 낡아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한 생을 끝내고, 다음 모양새를 준비하는 이들 앞에서 내게 묻는다. 마지막 모양새라는 것이 있을까.
어둡지 않은 여수의 밤. 달빛과 함께 새 빛이 시선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담장 위에 넝쿨이 굴러가고 있다. 머잖아 동그만 호박덩이들이 열릴 상상에 벌써 즐겁다.
피어나기 위해서는 꽃잎 하나하나 고루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접혀서는 안 될 것. 어느 하나라도 돋보여선 안 될 것.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잘게 부서진 흙이 발 아래서 으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까지 부서져야 너는 편히 묻힐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저리 거대한 흔적을 세웠을까. 묻고 또 물어도 침묵을 지키니 상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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