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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두드리면 열릴까, 담장 밑에 무성히 자란 풀들의 녹음이 짙어질수록 부재의 발소리만 바삐 계단을 오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켰을까. 곱게 모은 손끝이 말을 건넨다.
그저 커다란 문이 서 있는 것뿐인데도 세상이 둘로 나뉜 것 같다. 문 안의 세상과 문 밖의 세상으로.
이처럼 정교하고 빽빽한 풍경을 누가 이리 정갈하게 닦아 두었을까. 내려오다 괜히 한 번 더 뒤를 돌아본다.
썰렁하던 길가가 웬일로 북적인다. 온갖 나물의 향취에 흥정소리가 섞여든다.
출렁이며 내뱉은 흰 거품이 구름처럼 흩어지다 흘러간다. 바다가 하늘보다 푸른 까닭은 쉼 없이 부서지기 때문일까.
한 발을 앞으로 내딛으면 그곳이 곧 바다일 듯 하다. 그늘에 서서 은파를 바라보는 일의 멋진 설렘.
가끔, 비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에서일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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