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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으로 떠나다, 구례 10경


노고단, 황장산, 만복대, 천마산, 백운산 등 사방이 산으로 솟아 있어 산간분지를 이루는 구례는 예부터 자연이 풍부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화는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구례군을 가리켜 '3대(大) 3미(美)'의 땅이라 칭송한 바 있다. 여기에서 3대란 지리산, 섬진강, 구례들판을, 3미는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곡식, 넉넉한 인심을 뜻한다. 여기에 구례를 상징하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10경'을 들겠다. 구례에는 위대한 자연을 간직한 10경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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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경] 노고단 운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봉우리는 주봉인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노고단이다. 해발 1,507m에 달하는 노고단은 몇 해 전 자동차 CF의 카피 문구에 등장하여 재주목 받기도 했다. 노고단은 사계절 다른 풍광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구름 바다'로 불리는 운해가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구례 10경 중 제1경도 바로 이 노고단 운해다. 남쪽으로부터 파도처럼 밀려온 구름과 안개가 신비한 바다의 풍광을 만든다. 아름다운 구름 바다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노고단 정상까지 올라보시라. 


[제2경] 반야봉 낙조

반야봉은 지리산의 제2봉으로 통한다. 노고단과 마찬가지로 지리산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노고단의 운해가 장관이라면 반야봉은 낙조 풍경으로 유명하다. 한낮 드넓은 대지를 뜨겁게 밝히던 햇빛이 서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는 순간, 사람들은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탄성을 내뱉는다. 속세에서의 모든 근심과 번뇌도 단숨에 잊게 하는 반야봉의 낙조야말로 대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제격인 곳이다. 지친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나태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싶을 때 반야봉에 올라 떨어지는 태양을 감상해보라.


[제3경] 피아골 단풍

구례 10경 중 제3경은 피아골의 단풍이다. 지리산 가운데서도 최대의 활엽수림을 자랑하는 피아골은 연곡사를 지나 약 4km 정도 더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자연은 사계절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주지만, 그중에서도 붉은 단풍이 든 가을 풍경은 장관으로 꼽힌다. 단풍은 10월 하순경 절정을 이루는데, 이 시기 피아골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매혹적인 모습을 만든다. 한편, 피아골의 가을 풍경을 가리켜 '삼홍'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산과 물과 이를 보는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제4경] 섬진강 청류

전북 진안군 마이산에서 발원하여 전북과 전남, 경남 등 3도 12개 군을 가로질러 흐르는 섬진강은 우리나라의 무수한 강 중에서도 가장 깨끗한 강으로 알려져 있다. 구례군은 섬진강 중류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를 가르며 흐르는 100리 물길이 가히 절경을 이룬다. 섬진강에는 은어, 숭어, 붕어, 잉어, 장어, 참게 등 30여 종의 담수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매년 연어를 방류하고 있기도 하다. 이곳의 시원한 강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여름 무더위까지 싹 가시는 느낌이 든다. 


[제5경] 산동 산수유꽃

구례군은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산수유꽃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구례군 산동 지역은 국내 산수유 생산량의 7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수많은 산수유 군락으로 유명하다.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우는 매년 2월 말부터 4월 초순 사이에는 봄을 일찍이 만끽하고자 하는 상춘객들로 늘 북적인다. 또 3월 중순경에는 국내 최대의 산수유꽃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산동'이라는 마을의 이름은 산수유꽃이 한국에 심어지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다. 옛날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을 오며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는 것. 구례군에는 산수유 시목지도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산수유는 11월 경이면 빨간 열매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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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경] 섬진강 벚꽃길

봄철 산수유꽃이 질 무렵, 그 바통을 이어받아 섬진강 변의 벚나무들이 망울을 틔울 준비를 한다. 지난 1992년 조성된 섬진강 벚꽃길은 곡성에서 하동까지 연결되는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하염없이 이어진다. 국내 제일의 청정도를 자랑하는 섬진강과 연분홍 벚꽃길이 이루어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 시기, 섬진강 벚꽃길은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또한 마라톤 코스로도 인기여서 수많은 마라토너가 모이기도 한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이 보고 싶다면, 춘사월 섬진강 변으로 떠나보라.


[제7경] 수락 폭포

제7경은 시원한 절경을 자랑하는 수락 폭포다. 이곳은 동편제 판소리 대가로 알려진 국창 송만갑 선생이 득음을 하기 위해 수련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수락 폭포의 높이는 약 15m. 끊임없이 떨어지는 굵은 물줄기가 마치 은가루처럼 보이기도 한다.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약 4km 떨어진 수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여름철이면 수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서 낙수를 맞으면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많이 찾는다.


[제8경] 천년고찰 화엄사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화엄사는 지리산에 분포하고 있는 사찰 가운데 가장 크고 장엄한 규모를 자랑하는 절이다.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 세워져 천오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엄사라는 사찰의 명칭은 '화엄경'에서 유래했다. 지리산은 예부터 산의 기운이 좋아 수많은 사찰이 세워졌다. 이 때문에 불교 문화의 요람이라 불리기도 한다. 화엄사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찰이다. 이곳에는 각황전을 비롯한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등의 다양한 문화재가 즐비하다. 또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 그 위엄이 더욱 남다르다.


[제9경] 오산과 사성암

문척면 죽마리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오산은 해발 531m의 나지막한 산으로 자라 모양과 닮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이 높지 않은 편이고, 산세도 험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오산에는 사성암이 자리 잡고 있는데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에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곳 암벽에는 부처의 입상이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과거에는 산의 이름을 따 오산암이라 불렸으나, 이곳에서 원효, 도선, 진각, 의상 등 4명의 성인이 수도하였다고 하여 사성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제10경] 노고단 설경

지리산이 품은 마지막 절경은 바로 노고단 설경이다. 노고단은 봄이면 철쭉이 만개한 모습이 인상적이며 여름이면 원추리와 운해의 모습이 절경을 이룬다. 또 가을이면 형형색색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 장관을 이룬다. 겨울이 되면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착각이다. 겨울에 볼 수 있는 노고단의 설경이야말로, 철 따라 변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노고단의 비경을 말할 때 ‘노고단’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굳이 노고단 설경이라 콕 집어서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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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7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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