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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사이로 안동을 걷다, 신세동 벽화마을


새 옷을 입은 동네들이 늘어가고 있다. 허름한 골목길에 새로운 빛깔과 모양새가 가득하니, 골목길을 걷는 재미라는 것에 새로이 눈길을 주게 되곤 하는 것. 도시의 낙후된 부분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유명한 도시마다 벽화마을을 탄생시켰고,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으면 서운할 것만 같은 곳. 안동에도 물론 벽화마을이 있다. 이 신세동 벽화마을, 선비의 고장 안동 속에 있어 더욱 특별한 곳이니 안동 여행 중 이곳에 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모여, 그림이 모여

신세동 벽화마을을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마을의 첫인상에 조금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벽에는 여섯 개의 팔을 가진 부처님(?)의 모습이, 어느 벽에는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낙서해 놓은 것 마냥 무지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모습이, 또 어느 벽에는 수채 물감을 곱게 푼 듯 화사한 진달래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어느 담벼락 위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기도, 어느 길목에는 제주 올레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간세’를 닮은 푸른 말이 서 있기도, 어느 비탈 아래서는 전봇대에 노상 방뇨 중인 강아지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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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동 벽화마을에는 다양한 풍경들이 뒤섞여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컨셉’으로 ‘정비’된 벽화마을을 상상하고 있다면 그곳이 신세동 벽화마을일 가능성은 아주 낮고 낮다 할 수 있겠다. 신세동 벽화마을의 그림과 조형 작품들은 숱한 예술가들이 손에 손을 더하여 꾸며낸 것. 닮은꼴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제각각인 그림들. 그 하나하나에 개성이 넘침은 물론, 하나하나마다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 또한 모두 다르다. 

본래 신세동 벽화마을 일대는 달동네 중의 달동네였다. 택시마저 이 동네까지 들어오기를 꺼렸다 하니, 얼마나 외진 곳이었는지에 대한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외져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동 벽화마을 근처에는 안동 문화의 거리와 안동 구시장,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어 연계 관광을 즐기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번화가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던 곳에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모여 수많은 그림을 탄생시켰고, 이 수많은 그림들이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 모으고 있으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련의 사건들이 정겹고도 재미있다. 

 

골목, 정겨운 그 골목

벽화가 없는 뒷골목 또한 그 나름대로 매력을 가졌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벽화마을이란 것은 대개 낙후된 골목에 생겨나곤 하는 것이다. 벽화로 하여금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바로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인 것이다. 신세동 일대가 이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2009년의 일. 이 프로젝트를 거쳐 간 수많은 마을들과 같이, 신세동 벽화마을 또한 아름다운 옷을 입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 

그러나 신세동 벽화마을의 진미(眞美)를 만드는 원천은 벽화가 닿지 않은 골목에 있다 할 수 있겠다. 발갛게 녹이 슨 철문이나 오토바이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 넓이, 아무런 칠이 되지 않은 시멘트 담장, 그리고 그 새로 자라고 있는 수수한 화분들이며 잡초들. 갖은 빛깔이 스며든 붓끝이 닿아 아름답게 변모한 앞 골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뒷골목’의 모습은 벽화마을로서의 신세동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곤 하니,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이 뒷골목까지를 꼭 찾아보기를 권한다. (골목의 깊숙한 안쪽으로 향할수록 주민들을 위하여 말소리와 발걸음을 낮추고 행동 또한 조심스럽게 취해야 함은 물론이다.)

화려한 빛깔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낮은 숨소리가 들려올 듯,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신세동 벽화마을이기에 오래도록 트래블피플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봄 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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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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