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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는 이야기가 있다


고택에서의 숙박이 더 이상 새롭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고택을 경험했고, 이제 고택의 멋에 대해 한마디쯤은 할 수 있는 저마다의 감상이 있다. 그런데 고택들도 자신만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가 특별할수록 고택이 가지는 고유의 색과 멋이 짙어진다. 그것은 곧 고택들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고, 사람들이 고택을 선택하는 폭의 다양성을 가져올 것이다. 

                    
                
  • 조선말기의 건축양식의 고택인 학인당의 모습이다.

'효'이야기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인 학인당은 효자로 유명한 백낙중(白樂中)의 가옥이다.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집으로 조선 말기의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어 건축가들의 관심을 받는 한옥이기도 하다. 민간 주택이지만 궁중의 건축양식이 도입되었는데, 고종이 직접 일꾼들을 보내서 지은 집이라고 하니 범상치 않다. 종부가 들려주는 학인당 이야기, 한복 입고 전통 예절 배우기 등의 전통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아이들이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가옥 어딘가에 깃들어 있을 백락중의 효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벽이라도 한 번 손으로 쓸어보고 싶은 곳이다.

경상북도 경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된 한옥마을이다. 이곳에 연로하신 어머니를 위해 효심으로 지어진 명품 고택 향단이 있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慶州孫氏)와 여강 이씨(驪江李氏)종가가 한마을에 정을 나누고 함께 어우러져 500여 년을 살고 있는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기도 하다. 물봉동산 산마루에 자리 잡은 향단은 산세를 배경으로 집안 어느 곳에서 시선을 놓아도 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일품인데, 자연경관을 벗 삼아 노후를 보냈으면 하는 노모를 향한 마음이 고택 어딘가에 숨쉬고 있어서 일까, 그 경치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술'이야기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지례예술촌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 창작마을로 지정된 고택이다. 첩첩산중 시야를 채우는 풍경은 오로지 나무, 흙, 돌, 호수뿐이다. 호숫가를 배경으로 460년의 시간의 역사를 품은 지례예술촌의 고택은 고택 그대로의 예스러움이 간직되어 있다. 마루 끝에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바람 소리, 벌레 우는 소리,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도심을 잊는 순간, 조선 숙종 임금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芝村) 김방걸(金邦杰 1623~1695)과 그의 중형(仲兄) 방형(邦衡)의 자손이 340여 년간 주경야독하며 살아온 사림(士林)의 전통이 창작과 예술의 정서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 독락당의 모습이 은둔을 원한 선비와 닮았다.

'선비'이야기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선비의 기상과 지조가 숨 쉬는 북촌댁이 있다. 문신 류사춘이 정조 21년(1797년)에 건립하고 그의 종손 석호 류도성으로 하여금 철종 13년 (1862)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모두 갖춘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구조와 규모를 가지고 있다. 200여 년의 세월에도 변형이 거의 없는 강건함이 이 고택이 가진 힘 있는 매력이다. 양반 마을인 하회에서도 부호로 이름났던 북촌댁은 넉넉한 재산만큼 인심도 넉넉하여 서민들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받는 세전이 가장 낮았다고 한다. 또한 장마로 강이 넘쳐 마을 사람들이 물에 빠지자 집을 짓기 위해 3년간을 말려놓았던 춘양목을 던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집을 짓기 위해 다시 3년을 기다렸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는 품격 있는 양반가의 진정한 선비로서의 자비가 아닐 수 없다. 큰 사랑방인 ‘북촌유거’는 정면 7칸, 측면 3칸의 건물이다. 내부는 2칸 방 2개, 1칸 방 2개, 4칸의 대청, 3칸 누마루, 3칸의 정지와 같은 크기의 다락, 5칸의 퇴, 5쪽의 쪽마루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밖에 중간 사랑방 ‘화경당’, 작은 사랑방 ‘수신와’, 안채, 문간채, 초가 등이 있다. 큰 사랑방 ‘북촌유거’ 뒤편으로 하회마을 감도는 낙동강의 모습과 같다는 수령 300여 년 정도된 한국소나무가 근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북촌댁의 기품을 높인다. 조선 말엽 철종 때의 명필, 김성근이 해사한 ‘북촌유거’현판의 뜻이 ‘북촌이 기품 있게 기거하고 있다’는 뜻이니 북촌댁의 얼이 곧 선비의 정신이 아닐까?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독락당은 조선 중기 문신 희재 이언적 선생이 지은 고택으로 보물 제 413호이다. 김안로의 등용을 반대하다가 삭탈관직하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은둔 생활을 위해 지어졌다. 안채, 사랑채(독락당), 별당, 공수간, 숨방채가 있으며, 건물의 기단이 낮고 마루, 지붕도 낮게 만들어져 있다. 정계에서 밀려나 은거를 원하던 선비의 조용한 삶을 반영한 듯 외부의 소음과 시선이 없는 깊은 산사에서 조용하게 오로지 맑은 공기와 자연의 정취로 고택의 숨결을 내쉬고 있다. 
 

향단은 어느 각도에서 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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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단은 어느 각도에서 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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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예술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의 고택, 자랑스러운 전통 문화유산입니다. 고택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트래블피플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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