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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서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 낙화암 그늘에 물어나 보자’ 충남 부여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백마강은 본래 금강과 줄기를 함께하는 강이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하여 충청도를 거쳐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금강의 하류 구간으로, ‘백제의 제일 큰 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백제 멸망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강이다. 부여군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오랫동안 유유히 흘러온 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풍성한 볼거리를 품고 있다.

                    
                

망국의 슬픈 설화가 깃든 곳

  • '백마강'은 부여를 흐르는 금강을 칭하는 말로, '백제의 제일 큰 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백마강'은 부여를 흐르는 금강을 칭하는 말로, '백제의 제일 큰 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백마강은 부여를 흐르는 금강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 같은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안타까운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660년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과 소정방이 이끄는 당나라군이 백제로 진격해 왔다. 이때 당나라군의 진격로는 금강 일대였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이윽고 당나라군의 지휘관이었던 소정방 앞에 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이 노인은 ‘백제왕이 용으로 변해 조화를 부리는데, 평소 백마고기를 즐겨 먹는다더라.’라는 말을 일러주었다. 그 말을 들은 소정방이 백마의 머리를 미끼로 용을 낚아 죽인 다음 사비성으로 진격해 결국 백제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다.

삼국사기 등 백제 멸망 이전에 쓰인 기록에 이미 ‘백강(白江)’이라는 이름이 표기된 것을 고려하면, 후에 붙여진 설화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거나 망국의 아픔이 서린 곳임은 틀림없다. 백제 패망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처로운 설화 때문일까. 백마강에는 유독 고즈넉한 운치가 가득하다. 지금은 사연 많은 백제의 유적과 인근의 절경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마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백제보’

  • 백제보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제보 전경(좌)과 복합문화공간인 금강문화관의 모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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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보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제보 전경(좌)과 복합문화공간인 금강문화관의 모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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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제보 전경(좌)과 복합문화공간인 금강문화관의 모습(우).

드넓은 백마강의 위엄을 한눈에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백제보를 찾는 것이 좋다. 백마강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부설된 백제보는 백마강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계백 장군을 테마로 조성됐다. 말을 타고 백마강을 바라보는 계백 장군을 형상화하여 수문장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백제보 옆으로는 복합문화공간인 금강문화관이 있다. 이곳에는 4대강 홍보존, 금강특화존 등이 조성돼 있으며,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펼쳐져 휴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한편, 백제보 인근에는 백제 시대에 하늘의 뜻으로 재상을 뽑은 장소라 알려진 ‘천정대’도 자리 잡고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재상을 선출할 때, 천정대에 후보자의 이름을 적어 봉함한 뒤 이름 위에 도장이 찍힌 사람을 재상으로 임명하였다고 전해진다. 천정대는 백제보와 함께 부여 10경 중 ‘제5경’으로 꼽힌다.

 

백마강의 또 다른 볼거리, 구드래 나루터와 구드래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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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드래 나루터'는 백제 때 외국 사신들과의 문물 교환이 이뤄지던 대표적인 무역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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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드래 나루터' 인근에는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구드래 조각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부소산 서문 인근에 자리한 ‘구드래 나루터’는 과거 사비성의 관문 역할을 한 곳으로 백제의 대표 무역항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백마강과 부소산이 서로 어우러진 풍경이 빼어나 예부터 많은 이들이 드나들었던 곳으로, 지금도 달 밝은 밤에는 백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구드래’라는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큰 나라’의 순우리말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크다(大)는 뜻의 ‘구’와 백제의 왕족 이르던 ‘어라하’라는 말이 합해졌다는 설도 있다. 또 하늘과 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굿들개’가 바뀌었다는 설도 있으며, 옛날 일본에서 백제를 부르던 ‘구다라’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구드래 나루터는 최근 유람선 선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척에는 ‘구드래 조각공원’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역 출신의 유명 조각가 작품과 국내외 유명 조각 작품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백마강의 운치와 이채로운 조각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니, 백마강이 자랑하는 또 다른 명소라 할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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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품고 있는 백마강.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따라, 백제로의 여행을 떠나볼까요?

트래블투데이 황태희 취재기자

발행2017년 03월 2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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