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다녀가다
- 세종특별자치시 -
세종 특별자치시의 전의면 남쪽, 울창한 나무숲과 좁게 만들어진 시멘트 길과 벽돌로 다듬어진 담장들을 따라가면 푸른 잔디가 펼쳐진 오래된 사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사찰. 백제의 전통어린 혼이 담겨 있는 곳, 바로 비암사입니다. 숲이 둘러싸고 있는 사찰의 모습에서부터 어딘가 모를 비밀스러움이 느껴지는 이곳은 세종시의 명물로 불립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비암사에 '아니 온 듯 다녀가라!'입니다.'
짤막한 길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조금은 경사진 오르막이 나온다. 시동을 멈추고 잠시 멈춰서자 오르막을 따라 자동차가 주르륵 미끄러진다. 도깨비가 나타난 것일까?
“제주도에만 있다고 들었던 도깨비 도로가 세종시에도 있어! 오르막을 향해서 슬금슬금 미끄러지는 신비한 기분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어.”
“그러게. 제주와 세종. 특별자치시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도깨비 도로가 아닐까? 특별한 곳의 특별한 도로.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야.”
절을 향해 오르는 돌계단이 그리 높지는 않다. 아래에서 보이던 나무 끝자락이 어느새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자라있다. 세월을 따라 올라오니, 나무도 함께 자랐나보다.
“와, 절의 입구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이 느티나무 좀 봐! 이 웅장함이 비암사의 세월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아.”
“이 나무는 800년이나 되었데. 풍년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흉년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잎이 자라나기 시작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
돌계단 옆, 돌담에 살짝이 기대어 서 있는 팻말이 보인다. 나무판을 이래저래 깎아 만든 팻말의 글귀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붉은 색, 검은 색, 흰 색으로 단조롭게 조각된 팻말에서 이 절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이 팻말을 누가 만든 것일까? ”
“잘은 알 수 없지만 ‘아니오신 듯 다녀가소서” 하는 말이 고요한 비암사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경건하게 사찰에 들어서게 되는 것 같아."
돌계단을 오르자 바로 보이는 석탑하나. 저마다의 소망을 담고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제 막 이곳에 다다른 사람들을 마중 나온 것 같다.
“탑 꼭대기에서 발견된 사면군상은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있다고 해. 원래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야.”
“석탑이 사찰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니, 꼭 비암사가 소중한 보물을 가운데에 두고 품으며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산을 가로질러 나있는 정겨운 돌계단을 차츰차츰 올라 밟아가니 어느새 비암사를 너그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산신을 만나게 된다.
“산신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탁 트인 전경이 일품인 걸?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 하며, 아래에서 볼 수 없는 느티나무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산이 둘러싸고 그 안에 소박하게 자리한 비암사의 모습이 명당의 자리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아담하게 지어진 비암사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그저 정겨운 빨간색 바가지에 담긴 물 한 모금에 숨을 고른다. 햇빛이 내리쬔 약수를 떠 마시자니 꼭 햇살을 마시는 것 같다.
“부처의 모습이 새겨진 범종각은 세심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 이 범종각이 울리는 소리도 그만큼이나 섬세하게 느껴질까?”
“그럼, 범종각의 소리는 그윽하고 향기롭다고들 해. 오래된 종을 이렇게나 잘 관리하고 있는 비암사의 섬세함도 한 몫을 하는거겠지?”
비암사 내에 지어진 대웅전과 극락보전은 그 오래된 세월을 잔뜩 품고 있다. 자연 그대로 자라난 나무를 이용해 집이 지어지기 이전의 세월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나무의 생김새를 그대로 따와 건축한 건물들의 들보, 장연, 사래가 이채롭게 만들어져 있어. 이런 건축양식은 언제부터 이어져온 것일까?”
“비암사의 역사는 명확히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백제가 막을 내릴 때 즈음, 백제대왕과 부흥 운동군을 위한 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 곳이야.”
설선당 가운데 문에는 늘 검은 털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있다. 주지스님의 것이라고 하는데 더운 날, 추운 날 할 것 없이 놓여있는 모양새가 무언가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주지스님은 늘 그 자리에 있는 털 고무신을 신지 않고, 가운데 문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 평소에는 양 옆의 문으로 출입을 하시는 것이지.”
“중요한 날에만 가운데 문을 이용한다니, 주지스님을 찾아 꼭 한 번 여쭈어 보아야할 것 같아. 늘 놓여있는 저 검정고무신의 의미는 너무도 궁금하니까 말이야.”
돌계단을 오른다 해서, 그리 닳지는 않을 것입니다. 800년이나 된 느티나무를 올려다본다 한들 나무가 더 잘 자라지도 않을 것이며, 약수 한 바가지를 마셨다 해서 사찰로 흐르는 물이 마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곳 비암사에 들린 여러분은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아니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아니온 듯 다녀갈 뿐일까요? 아늑한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이 비암사가 다녀간 듯, 혹은 아니 온 듯 남아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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