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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 그림도 빛바래기 전에는 선명했을 텐데 마치 빛바래기 전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상상이 되지 않아.
마음으로 살아 숨쉬는 소녀가 있다. 첫 연꽃잎이 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을지.
풍경인 듯 풍경이 아닌 듯 묘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굽어보고 있었을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갖은 꽃 한데 모아 즐겨 보려 했는데 꽃 피우는 시기다 다 다른 것을 어찌 할까.
미닫이문, 미닫이창이 과거를 여닫 듯 이곳 골목에는 너와의 추억이 활보하고 있다.
질서정연한 나뭇잎 그림자 밟으며 걷고 있으니 바람 생각만 하게 된다.
물을 막기 위해 만든 장화는 한 번 물이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벌을 설 참이다.
바다의 언저리, 그곳에서도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들. 일일히 눈을 맞추는 일이 머뭇거려지는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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