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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목도한 순간. 비워내는 법과 겸손을 함께 배워가는 자리.
가을의 한 자락, 가을빛으로 물든 것들이 가득하다. 가을 아래를 걷는 동안 뺨이 덩달아 붉어질 터.
빛 바랜, 차분한, 흰, 맑은. 겨울의 빛깔을 수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부를수록 멀어지는 이름을 가진 담장.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또한 먼 길을 돌아 내 귓가에 닿게 될까.
그늘을 지나자 등골이 서늘하다. 그 어떤 말보다 차갑고 시린 것이 발가락을 타고 올라온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까. 풍경에 쌓인 생각들에 돌연 고요해지는 숨소리.
완벽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 것, 숨은 잠시 멈추고 멀리 내다볼 것. 과녁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들.
먼 길을 굽이쳐 달려와 잔잔히 스며드는 곳. 작은 물소리에 세상 모든 소리가 잠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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