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돌담길 따라 거니는 나긋한 산책, 성주 한개마을,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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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돌담길 따라 거니는 나긋한 산책, 성주 한개마을


경북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문화마을이 여러 군데 있다. 그 중 성주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가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살아온 한옥마을이다. 2007년에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이 곳은 조선 세종 때 벼슬을 지냈던 이우가 처음 내려와 터를 잡으며 시작된 마을이다. 근 560년 가량 꾸준히 대를 이어온 이 곳은 70채 가량의 한옥들이 지금도 사람들의 손길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다. 

                    
                

물도리 치는 나루터가 키운 마을

한개마을은 풍수지리에서 최고의 명당이라 일컫는 배산임수 명당 자리에 있다.

한개마을은 풍수지리에서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 명당의 기운을 지닌 마을이다. 뒤에는 영취산에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좌청룡 우백호의 기운을 자랑하고 마을 앞에는 이천과 백천이 흐르고 있어 전국 최고의 길지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개마을이라는 이름도 이천과 백천이 만들어내는 물길에 커다란 나루터가 있어 크다는 뜻의 옛 말인 ‘한’과 나루라는 뜻을 지닌 ‘개’가 합쳐진 것이 유래가 되었다 한다. 그러니 당시에도 마을의 입지가 특출난 구석이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개마을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입지의 우수성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곳에 자리를 틀고 꿋꿋이 서 있는 고택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층 흥미로운 것이다. 각 지역에서 온 새색시들의 고향을 따 지어진 월곡댁, 안동댁, 도동댁을 비롯해 민가와 반가의 중간 형식을 보여주는 극와고택처럼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맺혀있기 마련이다. 한개마을 입구에서 고르게 되는 두 개의 갈림길은 어느 쪽을 고르더라도 산길을 통해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으니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돌담길 골목에서 품격을 찾다

한개마을의 돌담길은 한국에서 아름다운 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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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꽃과 파란 하늘이 전통가옥과 어우러져 가을 정취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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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단풍이 든 나무와 사계절 푸른 나무의 조화가 절묘하다.

 

하회댁, 진사댁으로 가는 오른쪽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밀조밀한 돌담길이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이 길은 하회댁이나 진사댁, 한주종택 등 여러 한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면서도 생활공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야트막한 담장이지만 자연석이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심어둔 꽃이나 담쟁이와도 잘 어울려 마을의 아름다움을 한층 끌어올리는 맛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안동댁, 대문 이 없어 시선을 끌어모으는 극와고택 등을 지나치면 한주종택이 나온다.

한주종택은 돌담길 골목에서도 안쪽으로 위치해 한층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 고택을 중수한 한주 이진상의 호를 딴 것이 그대로 집의 이름이 된 것이다. 집의 원형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이기도 해 사대부가의 기풍이 꾸준히 남아있는 곳 중 하나. 두 개의 대문채는 각각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데 첫 번째 대문채는 사랑채와 안채로 연결이 되고 두 번째 대문채는 연지와 버드나무가 아름다운 한주정사로 연결된다. 이 한주종택은 그 꼿꼿한 자태만큼 의기있는 역사로도 유명하다. 한주의 아들인 한계 이승희가 평생을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이 그 예다. 국채보상운동을 펼치고 독립운동자금을 모금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던 그는 결국 머나먼 중국 타향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어려운 길을 두 아들이 이어받아 삼부자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니 쉽지 않은 이야기다. 

 

끈끈한 인연, 북비고택과 교리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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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개마을에는 북비고택과 교리댁과 같은 여러 고택들이 있다.

한개마을의 왼편가에도 사연있는 고택들이 쭉 서있다. 그 중 가장 극적인 사연을 지닌 곳으로는 단연 북비고택을 들 수 있겠다. 만인지상이었던 아버지가 그 뒤를 이을 후계자를 뒤주에 가뒀다는 일은 이제 먼 옛날, 역사책으로만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든 커다란 충격이었을 터. 사도세자의 호위무사였던 이석문도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뒤, 영조는 이석문으로 하여금 뒤주 위에 큰 돌을 올리게 명령했다. 그 명령을 단호히 거절한 대가는 장 50대와 삭탈관직의 명. 이후 한개마을로 귀향한 그는 사립문을 뜯어 북쪽으로 옮긴 뒤, 시류에 아첨하는 무리와는 접하지 않겠다며 은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이석문의 손자인 이규진이 정조가 치른 친시에 합격했을 때 정조가 ‘아직도 북비가 있는가?’ 라고 물은 것이 북비고택의 이름을 한층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옆에 있는 교리댁은 북비고택과는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북비고택에서 나고 자란 응와 이원조가 늦둥이 막내아들을 양자로 준 곳이 교리댁이었다. 안채와 사랑채를 비롯한 건물들이 서로 떨어져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배치다. ㄱ자 건물과 ㄴ자 건물이 합쳐져서 만드는 튼ㅁ자 배치와 一자형 건물이 독특한 구조미를 이룬다. 태백산맥 일대의 건물 배치와 남부형 건물배치가 혼재되어 있지만 널찍한 안채와 장독대, 연못 등을 볼 수 있는 이 안의 모습은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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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0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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