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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다, 한국영화박물관


한국 영화는 굴곡진 근현대사를 겪어오면서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 기능해 왔고, 오늘날 다양한 해외 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한국 영화 나름대로의 시장과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방송사 및 영상 제작사들이 위치한 곳이자 대한민국 영상미술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는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한국 영화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전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에서 유일한 영화 전문 박물관인 한국영화박물관이 그곳이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한 눈에

한국영화박물관 전시실의 모습

한국영화박물관은 한국의 각종 영상자료를 수집, 보존하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사옥 1층에 위치하고 있다. DMC의 중심부인 누리꿈스퀘어 인근에 자리하여 디지털미디어시티 내에서도 찾기가 쉬운 편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루는 상설전시실과 일정 기간을 주기로 특정한 테마나 인물을 다루는 특별전시실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상설전시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영화의 발전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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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영화필름인 <청춘의 십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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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당시 서울의 주요 영화관 지도

한국 영화의 역사는 구한말 이래 서구 문물의 일부로 처음 소개된 뒤, 1910년대 말부터 조선인들의 인적·물적 역량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태평양 전쟁과 해방 정국,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한국 영화계는 1950년대 들어 시대상을 담은 영화들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 영화들은 전쟁 후 혼란 뿐 아니라, 기존의 전통과 새로이 유입되는 서구 문물 사이의 혼재로 인한 다양한 사회 현상을 보여준다. 또한 이 시기 축적된 역량은 196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내어, 다종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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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주요 영화 대본들과 포스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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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영사기와 7080 영화들의 주요 장면들

이후 한국 영화는 1970년대와 80년대, 검열이라는 정치적 억압과 TV의 보급, 다양한 레저문화의 보급 등으로 침체기를 겪었으나, 1990년대 들어 비디오 시장의 확대와 대기업들의 영화산업 진출,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 등으로 상업영화의 측면에서 전성기를 재차 맞이하게 된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는 그러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는 발달된 제작 기반과 국내외의 인식을 바탕으로 소비층을 아시아권, 그리고 전 세계로 확장하여 영화 한류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영화 매니아들을 위한 전시품들과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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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대표작 <바보들의 행진>의 검열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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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필름들을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한국영화박물관은 제목으로만 접하던 옛 한국 명작 영화들과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상의 기본적인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프락시노스코프, 매직 랜턴 등 영화 탄생 이전의 유물들부터 시작하여 옛 영사기, 카메라, 필름 등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각 시대별 영화 대본이나 평론지와 같은 문서 자료들 역시 전시 중이어서 다양한 세대의 방문객들이 추억 속 영화들에 얽힌 시대상과 유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도 기능한다.
 
특히 전시공간 말미에 마련되어 있는 ‘한국영화 100선’과 ‘영화인’ 코너에서는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역사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낸 한국 영화 대표작과 이들 작품에 출연한 주요 배우, 감독, 스탭 등을 선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아카이브 코너에서는 터치스크린 장비를 이용하여 한국영화와 관련된 음악,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고, 전시실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한국 영화와 영화인, 그리고 관련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화 100선 선정표와 명장면들을 다룬 전시공간

한국영화박물관은 서울에 있는 유일한 영화 박물관으로써, 규모에 비해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디지털미디어시티를 지나는 방문객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구경거리를 선사한다. 이곳의 전시공간을 거닐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 속에서도 많은 영화인의 열정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잠시나마 이렇게 한국의 영화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 영화 포스터와 영화계 소식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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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한국 영화의 발전상을 한국영화박물관에서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이재호

발행2017년 07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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