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강을 벗 삼아 시를 한번 읊어볼까, 풍영정 ,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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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강을 벗 삼아 시를 한번 읊어볼까, 풍영정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있어서 ‘생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우리의 마음은 성숙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온전히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들 또한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겨졌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자’. 많은 이들이 정자에 앉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도,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에 제격이다. 마음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대강 중 하나인 영산강(이하 극락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 풍영정에서 잠시 쉬어가 보자. 

                    
                

신비한 이야기가 새록새록, 풍영정에 내려오는 전설 꾸러미

영산강 8경 중 제7경에 해당하는 '풍영정' 

풍영정이 자리한 이곳에는 원래 11채의 정자가 더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다 불타 없어지고 지금의 풍영정 1채만 남아있으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 그런데 여기에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하나 전해진다. 당시 불길에 휩싸이던 풍영정의 현판 글자 중 ‘풍’ 자가 오리로 바뀌어 극락강(영산강) 위로 날아올랐다고. 이를 본 왜장이 불을 끄도록 지시하자 오리가 다시 현판의 ‘풍’ 자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현판의 글씨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풍’ 자가 다른 글자와 글씨체가 달라, 이 이야기가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 준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도 이곳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옛날 풍영정 앞 극락강에는 강원도에서 소금배를 타고 온 소금장수 총각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근동마을 장씨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그러나 양반집 규수와 소금장수라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지 못한 채 결국 둘은 이별하게 되었고, 그 사이 처녀는 다른 이의 아내가 되어 버렸다, 얼마 뒤 재회의 꿈을 안고 찾아온 소금장수 총각은 여인을 만나지 못한 채 쓸쓸히 되돌아가야만 했고, 여인 또한 총각과의 못다 이룬 사랑을 슬퍼하였다. 밤마다 풍영정에 올라 눈물을 떨구던 처녀가 죽은 뒤 그 자리에는 강원도를 향해 한 그루 나무가 생겨났고, 그 나무는 곧 온 강을 뒤덮었다니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 아리게 전해온다. 

 

극락강의 비경을 품 안에, 절경의 정자 풍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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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풍영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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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아래 흐르는 극락강은 비경 그 자체 

광주 광산구로 여행 온 트래블피플이라면 가볍게 들렀다 가기 좋은 장소, 풍영정을 추천한다. 이곳은 영산강 8경 중 제7경에 속하는 정자로 1560년 승문원 판교를 마지막으로 벼슬에서 물러난 김언거가 귀향하여 지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올바른 성품과 높은 덕망으로 많은 사람이 그를 따랐는데 그 마음을 정자로 표현했다고 한다. 지금은 풍영정 한 곳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이 일대는 12채나 되는 정자가 있었다고 하니, 과연 그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어렴풋이 상상 간다.
 

한석봉이 직접 썼다는 '제일호산' 편액과 수많은 문인의 시문들 

좋은 사람 곁에는 항상 좋은 벗이 따르기 마련. 그는 이곳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문인과 교류하였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김인후, 이황, 기대승과 같은 당대 이름을 떨치던 학자들이었다. 지금도 정자 한켠에 걸린 현판에서 그가 여러 문인과 교류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으니 가만히 현판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이곳에는 그간 김언거와 교우하며 지냈던 문인들의 시가 새겨져 있어 한자를 다 읽을 줄 아는 트래블피플이라면 각 문인의 시를 음미해 보는 것도 나름의 묘미일 것.
 
여기에 당대 명필가로 잘 알려진 한석봉의 글귀도 절대 놓치지 말자. ‘제일호산’이라 또박또박 쓰여 있는 편액은 이곳의 멋스러움을 더하기 때문. 정자 안을 찬찬히 둘러보고 난 뒤에는 밖으로 눈을 돌려 본다. 정자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극락강의 전경이 가히 으뜸이다. 왜 당대 유명한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정담을 나누고 시를 교류했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봄에는 꽃나무, 여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단풍의 아름다움이 빛난다. 

소담하지만 기품 있는 정자, 풍영정.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강가의 정경은 조화를 넘어서 마음의 평안을 전해오니 잠시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살랑이는 바람 소리와 흘러가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무료했던 일상이 문득 새로워지고 복잡했던 마음속이 차분해질 것. 광주 광산구에는 수많은 정자가 있지만 특히, 이곳 풍영정은 광산구를 대표하는 정자이자 신비로운 이야기까지 품고 있는 곳이니 광산구에 왔다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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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은 그대여! 너무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럽거나 아무 생각이 없어서 괴롭다면 
이곳 풍영정을 찾아 잠시 몸을 맡겨보세요! 마음을 ‘톡’하고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서덕아 취재기자

발행2016년 08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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