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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진출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월드컵기념등대


부산에 왔으면 역시 바다를 봐야한다. 해운대가 한산하다 해도 괜찮다. 지천에 널린 게 바다이니 그중에 대변항을 골라보자. 호화로운 끼니로 싱싱한 회를 먹고 나면 바닷바람을 쐬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 박하사탕 하나 입에 머금고 바다로 나가보자. 입안의 상쾌한 맛만큼이나 신선한 바람과 물결의 색이 발길을 이끌 것이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멋들어진 월드컵기념등대가 저 멀리서 반겨온다. 

                    
                

월드컵의 추억을 되살리는 곳

하루가 저물어가는 때에도 담담히 서 있는 월드컵기념등대

제17회 2002 FIFA 한일 월드컵은 그 어느 회차보다 대한민국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단지 개최국이라서가 아니라, 성취 면에서 볼 때 그렇다. 초여름에 접어드는 5월말 시작한 대회는 딱 한 달간 이어지는 동안에 국민에게 마치 기적과도 같은 시간을 선물했다. 그 누구도 한국이 4강을 넘을 거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감독 거스 히딩크와 23명의 선수는 해내었다. 비록 문턱에서 그쳤다 해도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하여 기장읍 대변리에는 4강 진출을 기념하는 등대가 2003년 초 준공됐다. 등대 디자인은 매우 획기적이어서 등대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보고 놀라며, 대변항에서 먹은 회를 소화하려 산책하던 아버지도, 아이들도 저 멀리서 거대한 축구공이 보이니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만다. 정열의 빨간빛 몸체 한가운데 축구공을 끼고서 떡하니 선 등대는 뭔가에 홀린 듯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가가게 만든다. 그리고 가까이 갈수록 지난날의 흥분과 놀라움, 기쁨으로 가득 찬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게 한다.

 

월드컵기념등대를 품은 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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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기념등대에 있는 축구공 조형물은 2002년의 공인구 '피버노바'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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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의 장승등대가 함께 그 이름처럼 바다를 지키고 있다

본래 등대만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곳에 2016년 초 변화가 생겼다. 볼거리가 딱히 없던 주변 길목에 테마공원화와 정비 작업을 진행한 것. 그 후 등대로 가는 길을 따라 쭉 설치된 방파제와 길 사이 벽체가 새로이 바뀌었다. 히딩크 감독과 붉은 악마 캐릭터 등이 각종 타일 장식의 벽화로 그려졌으며, 2002년 당시 월드컵 참가국의 조별구성 안내판과 함께,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귀가 적히게 됐다. 벽뿐만 아니라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축구선수와 태극기의 그림이 멋지게 그려진 바닥도 볼 수 있어 간만에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하지만 2002년의 이야기만 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 축구 팬인 트래블피플이라면 반가울 일인데, 1회부터 20회까지의 월드컵 역사에 대해서도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안내판에는 참가국과 우승국이 적혀 있고, 각 월드컵 개최국의 주한대사가 전하는 공원조성 축하와 사인 또한 구경할 수 있다. 한편 등대와 제일 가까운 길목에는 대회마다 디자인이 바뀌는 축구공의 모형 조각이 석상 위에 진열돼 있어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공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회와 낚시, 월드컵기념등대를 즐기는 방법

어선들은 항상 이곳에서 출항하고 또 정박한다

테마공원이 된 월드컵기념등대는 이미 한 번 와봤던 트래블피플이라도 다시 와서 볼만한 곳이다. 하지만 둘러본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들을 위해 추천하는 활동이 있다. 트래블피플은 등대까지 나 있는 길목에 정박한 소규모 어선들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기념등대가 있는 항구이니만큼 무성히 늘어선 횟집들도 보았을 테고. 그러니 바다에 왔는데 잡은 지 얼마 안 됐을 싱싱한 회를 안 먹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겠다. 점심은 횟집들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맛깔나게 먹어보도록 하자.
 

항구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왠지 모르게 친근한 낚시꾼들의 모습이다.

남이 잡은 걸로 끼니를 치렀다면 저녁은 스스로 잡은 걸로 나보자. 등대 인근에서의 낚시가 그 두 번째 추천. 당연한 이야기지만 날이 좋은 주말이면 낚시하는 사람이 몰린다고 하니 낚시 장비와 더불어 좋은 자리를 물색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람 수가 꽤 되는 낚시꾼들은 저마다 방파제 위에서, 혹은 등대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호젓하게, 가끔은 치열하게 물고기를 낚아보자. 만약 낚시준비를 못 하였다 해도 사람구경하는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월드컵기념등대 탐방을 마치고 나면 2002년 때 위로 또 하나의 추억을 덧입힌 경험이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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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하는 트래블피플은 꼭 월드컵기념등대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부산의 바닷바람도 쐬면서 특별한 볼거리를 눈에 담아가 보시길!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11월 2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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