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독립, 그리고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개탄했던 만해선생은 1919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3.1운동의 계획에도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어린 시절 불교지식을 섭렵하며 승려가 된 만해선생이지만 불교계는 물론 천도교, 기독교 등 종교계의 3.1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3천여 매의 독립선언서를 인수하여 전국의 불교학교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데 힘썼으며 석방 이후에는 물산장려운동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면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주장한 인물이 한용운 선생이다. 만해선생의 이러한 호국정신은 그의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시. ‘님의 침묵’은 시인 한용운의 대표작이다. 사실 ‘님의 침묵’은 동명의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첫 시가 ‘님의 침묵’이다. 이 시는 물론, ‘님의 침묵’에 담긴 대부분의 시가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기는 자유와의 이별, 승은 그로 인한 슬픔, 전은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 결은 독립을 이룬 미래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에서 자행한 탄압, 자유를 억누르던 만행에 대한 문학적 저항, 그것이 한용운의 시가 가진 대표적인 특징이다. 

 

독립운동가의 삶이 깃든 호국의 장소

충남 홍성군에는 이렇게 문학적, 역사적으로 많은 업적을 남긴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명소가 있다. 만해선생이 태어난 결성면 성곡리에 자리 잡은 한용운 선생 생가지가 그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존에 있던 한용운 선생 생가가 쓰러져 없어지자 이를 1992년에 복원했다. 지금 볼 수 있는 초가집은 이때 복원한 건물이다. 기미독립운동 33인 대표 중 1인에 포함된 애국지사이자 일제에 대한 저항과 독립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던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호국정신을 느끼기 위해 매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지금 이곳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있는데 그 뒷면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선생은 서기 1879년 청주후인 한응준의 2남으로 이곳에서 태어나셨다. 불교 지도자이시며 시인이신 선생은 기미독립운동 삼십삼인 대표의 일인이신 애국지사로 조국광복을 위해 민족혼을 일깨우고 지도하다가 서기 1944년 6월 29일 향연 육십 육세에 별세하시다' 선생의 약전이 기록되어 있어 이곳이 한용운 선생의 생가지임을 알게 된다. 비석 외에도 아늑하고 정갈한 초가집, 싸리나무로 둘러놓은 울타리, 그리고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한용운선사 동상 등을 볼 수 있는 곳이 한용운 선생 생가지이다.
 
 

독립을 염원했던 문학세계를 만나다

초가집 쪽으로 들어가기 전, 생가지 입구에는 2007년 개관한 만해문학체험관이 있다. 사실 한용운 선생과 관련한 고장으로 강원도 인제군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홍성군도 만해문학체험관과 같은 시설을 통해 만해의 고장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체험관 내부에는 ‘님의 침묵’을 비롯한 각종 시와 한용운 선생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 그의 사상이 담긴 60여 점의 유물 등 만해선생의 다양한 문학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물이 보관되어 있다.
 

한용운 선생 생가지는 현재 충청남도 도지정 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는 호국과 보훈의 정신을 기억하기 좋은 공간이 바로 한용운 선생 생가지다. 여러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한용운 선생 생가지에 방문하여 만해선생이 말하고자 했던 ‘님의 침묵’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