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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연꽃을 밝히다, 연등회


언제 어디서, 어떤 축제가 열리는지에 대한 소식에 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있을 트래블피플이 많을 것. 그러나 가끔씩, 축제는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온 거리에 불빛이 내걸리고, 이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들이 떠오르는 축제. [트래블투데이]는 오늘, 연등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부처님 오셨네, 연꽃을 밝혀라

매년 석가탄신일을 전후하여, 거리에는 화합의 등불이 밝혀진다. 

음력 4월 8일. 수천 년 전 카필라 왕국의 슈도다나와 마야 사이에서 고다마 싯다르타가 태어났다. 이 왕자가 청년이 되어 인간 세계의 고통에 직면하고,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인물을 사바세계에 도래한 부처, 석가모니라 부르게 되었다. 이후 석가모니는 설법을 통하여 중생들을 이끌었으니,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그의 이름이 전해지게 된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여 대륙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까지 불교 포교단을 파견하니,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17대 왕인 소수림왕 때에 처음으로 불교가 와 닿았다. 불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도 불교를 향한 민심을 완전히 꺾어낼 수 없었으며,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름난 사찰들과 수많은 불교 신자들이 있다. 

다시 말해, 불교의 최초 발생이 머나먼 인도에서의 일이었다 한들 불교는 이미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매년 음력 4월 8일,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를 주요한 종교로 꼽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연등을 밝힌다. 시가지란 시가지에는 모두, 어김없이 연등들이 전신주며 가로수를 따라 내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나붙는다. 밤이면 이 연등에 환히 불이 밝혀지니, 연꽃에 담긴 불빛이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은은히 다가온다. 

이 날, 제 자신의 종교를 따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거리거리에 오색 연꽃들이 아름답기만 하니, 연등 아래를 걷는 동안 저도 모르게 사진 한 장을 남겨 보고픈 마음에 휩싸이게 된다. 소박하지만 화려하고, 화려하지만 소박한 이 연등 아래에서라면 어둠이 밝음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변모하니 이것이 연등회의 참 매력이 아닐까.

 

연등의 이야기를 듣고 갈까, 소원을 담은 연꽃

이왕 연등회에 참석할 것이라면 왜 연꽃에 불을 밝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알아두고 가는 것이 조금 더 즐겁게 연등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어 줄 것이다. 연등회에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는데, 연꽃에 대한 이야기와 가난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연등회를 ‘맑고 향기롭게’ 즐기는 데이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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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등 안에는 저마다의 소원이 담긴다. 

일단 연꽃에 대한 이야기부터를 해 보자. 연꽃이 오래 전부터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었음을 모르는 트래블피플은 없을 것.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언제나 깨끗하니, ‘순결’이나 ‘청순한 마음’과 같은 꽃말을 가지며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 빼닮아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연밥)이 나타나기도 하니, 인(因)과 과(果)가 함께 있는 그 모양새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한 줄기의 지침에 되어 주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처염상정(崇儒抑佛)’과 ‘화개현실(華開顯實)’이라 부르니, 연꽃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꽃과도 같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난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어느 마을에 아주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여인은 끼니를 제대로 잇기도 힘들 정도로 가난하였는데, 어느 날은 이 여인이 사는 나라의 왕이 수만 개의 등을 밝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게 되었다. 이 때 가난한 여인은 구걸한 돈으로 기름을 사 아주 작고 초라한 등 하나를 따라 밝혔는데, 이 등이 좀처럼 꺼지지 않으니 부처님은 왕이 밝힌 수만 개의 등보다 가난한 여인의 초라한 등 하나를 더욱 귀히 여겼다는 이야기다. 

연등에는 지금도 온갖 마음들과 소원들이 담긴다. 석가탄신일 즈음에 사찰까지를 직접 찾아간다면 제 이름을 건 연등을 밝히는 것도 가능하다. 등의 크기도, 어떻게 생긴 등인지도 상관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석가탄신일을 맞아 작은 소일거리로 직접 등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일이다. 

 

도심이 평화로 북적이다, 연등회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열리는 봉축행사, 연등회. 거리를 밝히는 연등은 석가탄신일이 가까워졌을 때부터 석가탄신일이 지난 다음까지 진득하게 이어져 있으나, 연등회라는 행사 자체가 열리는 것은 석가탄신일보다 이른 때이니, 이를 미리 알아두지 않는다면 축제로써의 연등회를 놓치게 되고 말 것이다. 
 

연등회의 아름다운 불빛이 트래블피플의 마음까지를 밝혀 줄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이름난’ 연등회들이 열리니, 이 일정들을 확인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수도의 한가운데, 종로구에서 열리는 연등회는 그야말로 종교를 불문한 이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올 정도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등회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신라 시대의 일. 고려의 연등회와 조선의 관등놀이를 거쳐, 지금의 연등회가 있게 되었다.

이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점. 연등회 보존위원회가 설립되어 연등을 테마로 즐기는 고요하면서도 떠들썩한 축제를 꾸려나가니, 이 연등회를 찾는다면 불교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볼거리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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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도심의 연등회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대략적으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지로 만든 갖은 모양새와 빛깔의 전통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통등 전시회’와 연등 행렬이 출발하기 전 연희단과 율동단의 신명나는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는 ‘어울림마당’, 연등회에 모여든 이들이 꽃비 속에서 문화공연과 강강술래를 즐길 수 있는 ‘회향 한마당’, 불교문화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마당’, 역시 불교문화를 필두로 우리나라의 공연은 물론, 다른 나라의 공연들까지를 즐겨볼 수 있는 '공연마당'. 어느 것도 연등회가 아니고서야 쉽게 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니, 어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등회를 즐겨볼 지에 대한 고민도 조금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연등회의 ‘진정한’ 볼거리는 역시 해가 진 뒤, 연꽃에 불이 밝혀진 뒤부터다. 연등회의 이명은 ‘연등축제’이나, 연등 아래 모인 사람들은 여느 축제에서와는 달리 잔잔한 기쁨이 가득 담긴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 행렬 사이에 조용히 끼어들어 보라. 일렁이는 연등 불빛 속에, 트래블피플의 작은 여행 또한 잔잔한 평화를 얻게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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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연등회만큼이나 아름다운 겨울의 크리스마스.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이 축제들에는 언제나 따스한 불빛들이 밝혀지는 것 같아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05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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