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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맑은 약수 누가 와서 먹나요


봉화에서 유명한 특산물이 있다면 한옥 짓는데 으뜸가는 소나무인 춘양목, 그런 춘양목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송이, 그리고 맑은 물에서만 사는 은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같이 높고 깊은 산속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는 산물들이다. 그런데 깊은 산 속에서 찾을 만한 것을 하나 더 찾아보자면 약수가 있겠다. 깊은 산속에서 샘솟는 물에 미네랄이 흠뻑 녹아들어가니 당연히 도시보다는 산 속에서 찾기 쉬울터. 실제로 봉화에는 이름난 약수터만 세군데가 있다. 그 중 오전약수는 문수산 길을 걷는 약수탕길에서 꼭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소나무가 반겨맞는 약수탕길 초입

외씨버선길의 10코스에 약수탕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 이름난 두 개의 약수터 덕분일 것이다. 당장 약수탕길의 첫 부분에 두내약수가 있고 열심히 길을 걷다 보면 오전약수를 꼭 지나치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산이 좋고 공기가 좋으면 그 곳을 흐르는 물도 닮아가기 마련인가 보다. 그러나 지금은 두내약수터를 사용하기 어렵다. 춘양목 산림체험관에 있는 진입로로 들어오면 두내약수탕이 폐쇄된 것이 보인다. 

그러면 약수탕길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걸까? 두내약수터와 춘양목 산림체험관을 지나 도로쪽으로 600m 가량 올라가면 약수탕길이 시작된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주실령을 비롯한 약수탕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 아름답게 쭉쭉 자라난 춘양목 사이를 지나다보면 그 옛날 보부상들이 등짐을 매고 산길을 올라갔던 것이 연상 된다. 외씨버선길의 보부상길은 제 8코스고, 춘양목솔향기길은 제 9코스였건만, 길은 이어져 있기 때문인지 춘양목과 보부상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걷는 이들을 따라온다.


 

주실령과 박달령, 숨차다 숨차

  • 주실령에서 넘어가는 길목에는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마을 정자가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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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달령을 넘으면 쉽터가 나오니 한 숨 돌렸다 발 밑을 튼튼하게 짚고 내려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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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실령에서 넘어가는 길목에는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마을 정자가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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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달령을 넘으면 쉽터가 나오니 한 숨 돌렸다 발 밑을 튼튼하게 짚고 내려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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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탕길 오르는 길은 높고 높다. 첫 번째 나타나는 고개인 주실령이야 초입이니 그럭저럭 넘어가지만 임로 입구부터 시작되는 꼬불꼬불한 길은 쉽게 극복하기 힘들다. 이 구간의 가장 커다란 난관인 박달령에 오르면 900m가 넘는 봉우리를 기어코 올라왔다는 것이 숨차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폐부까지 시원하게 파고드는 듯한 산길의 향기가 온 몸에 배어드는 듯도 하다. 외씨버선길 안내목이 서있는 데에서 앞으로 몇십미터만 더 가면 백두대간 박달령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진 쉼터가 나타난다.
 
그에 비하면 오전약수로 내려가는 것은 매우 쉬워 보인다. 다소 경사는 가팔라보일지언정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경사가 심하고 산길이 좁아 두 손을 자유롭게 한 채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잎새들이 두텁게 쌓여있는 좁은 오솔길은 토끼가 달음박질쳐도 과히 이상해보이지 않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을 보여준다.


 

보부상이 발견한 약수탕에서 그들을 생각한다

  • 약수터를 중심으로 꾸며진 오전약수관광지의 모습. 앞에는 보부상을 형상화한 기념비가 보인다.

    약수터를 중심으로 꾸며진 오전약수관광지의 모습. 앞에는 보부상을 형상화한 기념비가 보인다. 

오전약수 근방으로 들어오면 홀로 산길만 걸었던 것이 무색하게 민가들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오전약수관광지에 도착한 것이다. 본디 보부상이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고 발견했다는 오전약수에는 탄산이 함유되어 있다. 성종 때는 가장 물 맛이 좋은 약수로 뽑힌 적도 있다고. 풍기 군수를 지낸 주세붕이 이 약수를 좋은 스승에 비교한 것은 오전약수를 설명할 때마다 두고두고 쓰이는 인용이다. 여기서 시원하게 넘어가는 약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인 뒤 내려가면 물야저수지로 내려가면 보부상위령비가 보인다.
 

  • 한가로운 물야저수지의 모습. 오전약수를 발견한 보부상을 비롯해 총 열한 명의 보부상이 이 지역에 묻혔다.

    한가로운 물야저수지의 모습. 오전약수를 발견한 보부상을 비롯해 총 열한 명의 보부상이 이 지역에 묻혔다.

보부상 위령비는 이 지역에 토지를 사서 경작하다 죽은 뒤 땅을 마을에 희사한 보부상 열한명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본디 물야저수지가 생기기 전 그 지대에 묘소가 있었으나 댐을 짓고 저수지가 생기면서 묘소가 수몰된 것. 비록 가족도 없이 살았던 보부상들이지만 높은산길을 전전하며 마을 경제를 돌아가게 만들었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물야저수지를 지나 걸어가면 선달마을이 나온다. 이 선달마을은 약수탕길의 마지막 마을. 바로 11코스로 넘어갈 사람은 그래도 되지만 이쯤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거나 다음날 새롭게 여정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선달마을에서 끝을 보는 것이 좋겠다. 용운사까지 가더라도 다시 산길을 내려와야 하니 자신의 체력에 따라 경로를 안배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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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2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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