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오랜 숨 사이로 불 밝힌 연꽃이 떠오르고,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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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오랜 숨 사이로 불 밝힌 연꽃이 떠오르고


충남 예산군 덕숭산 아래 수덕사는 이리저리 왔다가 한 번 쯤 들러보는 절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사찰의 아름다움을 보러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오랜 고찰. 당연히 예산을 찾는 이들은 수덕사를 빼놓지 않고 들른다. 천 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 온 수덕사 대웅전이 그 묘미로 남향한 건물 앞에 서면, 한 눈에 세월을 맞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사방이 푸르른 오월, 오래된 수덕사 마당이 고운 옷을 입는다.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사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석가탄신인 연등 풍경이다.

                    
                

세월의 가치를 안고 있는 수덕사

 
  • 세월의 숨이 느껴지는 충남 예산 수덕사의 전경, 5월에는 연등이 마당을 메운다.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덕사의 창건에는 여러 설화가 전한다. 그중 하나는 ‘덕산향토지’에 실린 것으로 수덕도령 이야기다. 홍주마을에 수덕도령이 살았는데 건넛마을 덕숭낭자에게 반해 여러 번 청혼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한다. 낭자는 자기 집 근처에 절 하나를 지어 달라며 승낙하는데, 도령의 탐욕으로 불이 나 여러 번 공사에 실패하다가 마침내 절이 완성돼 둘은 결혼한다. 허나 합방을 거부하는 낭자를 이해하지 못한 도령이 강제로 안으려했더니 뇌성벽력이 일며 낭자가 있던 자리에 한 쪽 버선만이 남았다. 또 그 자리가 바위로 변해 버선모양의 꽃(물단초)이 피어났다. 사실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이었고 절은 도령의 이름을, 산은 낭자의 이름을 따 수덕사, 덕숭산이라 지었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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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찌감치 흰 달이 수덕사 대웅전 둘레로 알록달록 연등이 달린 광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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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모양 불을 밝힌 수덕사 경내에서 석가탄신일 봉축법회가 열린다. 

설화 외에 수덕사에 대한 뚜렷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데, 절이 많다고 전해진 백제 때의 사찰 흥륜사, 왕흥사, 칠악사 등이 모두 그렇다. 그러나 그중 현재까지 규모를 유지하고 이어지는 것은 수덕사가 유일하다. 백제 위덕왕 때에 창건한 것으로 지금은 수차례 재건됐으나, 경내의 옛 절터를 둘러보면 여전히 당시 시대를 증명하는 자기, 와당 등 귀한 유물들이 출토됨을 알 수 있다. 경내에 남아있는 건축물도 그 가치가 상당하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이 가장 유명한데 굵직한 선이 안정감을 주며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찰의 모습이지만, 비례에서 오는 옆면의 아름다움이 특히 돋보인다. 전면도 그렇지만, 옆면에도 무리지어 구경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정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흡사하지만, 구조와 장식 등에서 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역시 배흘림기둥을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고건축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대웅전 부재들 중에는 작은 벽화가 남아 있어 고려시대 벽화 양식을 보여주는데 한국전쟁과 재건축으로 부서져, 지금은 모사한 몇 편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연등으로 빛나는 세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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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형색색의 연등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드는 수덕사 앞마당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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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 품에 사람들의 소원을 담고 빛나는 연등

5월이면 수덕사도 연등으로 불을 밝히고 화사한 빛을 뿜는다. 평소에는 세월에서 나오는 중후함이 경내를 감돌지만, 이 때 만큼은 석가탄신일을 봉축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다른 사찰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연등은 이르면 4월 말부터 달기 시작해 5월 중순에는 예산군 일대의 시가지에서 연등축제도 연다. 축제에서는 장엄등 행렬 및 다양한 연등전시를 볼 수 있다. 사찰에 달린 연등은 석가탄신일까지 계속 불을 밝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라 이를 아는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사진작가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수천 개의 등이 불을 밝힌 모습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 경내에서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알록달록한 등과 흰 등으로 하늘이 가득 찬 모습이다. 봉긋한 연꽃을 형상화한 둥근 연등이 오랜 시간을 살아온 대웅전 앞에 줄지어 달린 모습은 꽤나 오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나이 든 이가 봄옷을 입은 것 같기도, 노인 앞에 아양을 떠는 아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수덕사는 그 세월만큼 이름도 많이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은 절이다. 따라서 연등이 달리는 시기에는 더더욱 북적이기 마련, 이맘 때 수덕사를 찾는 이들은 색동 연등과 탑돌이를 하며 들뜬 사람들 사이에서 분명 평소의 수덕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아름다움은 세월 앞에도 켜켜이 쌓여만 가나보다. 매년 석가탄신일이 오면, 이 오래된 사찰의 알록달록한 연꽃마당을 떠올리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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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삼층석탑, 칠층석탑, 굵직한 고건축물 위로 연등이 빛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랍니다! 

트래블투데이 전성현 취재기자

발행2016년 10월 1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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