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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입맛 돋우는 해산물 향연


봄을 샘내는 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부쩍 봄기운이 완연해진 느낌이다. 머지않아 산록은 연둣빛으로 곱게 물이 들 테고, 가로에 세워진 나무들은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릴 테다. 그러나 봄에는 풀과 꽃만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아니다. 먹을거리도 풍성해진다.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뭍에서는 푸릇한 나물이 고개를 내민다. 바다에서는 온갖 싱싱한 해산물들이 올라온다. 봄을 가리켜 식도락(食道樂)의 계절이라 부르는 이유다. 여기,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인 해산물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해의 맛, 주꾸미와 간재미 그리고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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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는 서해의 대표적인 봄철 수산물로 서천군과 보령시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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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재미 요리는 채소와 함께 버무려 만든 간재미무침회가 가장 인기가 많다.

서해의 대표적인 봄철 수산물은 단연 주꾸미다. 동백꽃 필 무렵 주꾸미도 제철을 맞는다. 주꾸미는 낙지와 함께 다리가 여덟 개로 문어과에 속하는 수산물이다. 봄철 서해의 주꾸미는 알이 꽉 차 있기로 유명하다. 산란기인 3월 중순부터 5월까지가 가장 맛있다. 한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알이 톡톡 터지는 것이 씹는 맛이 있다. 주꾸미는 살짝만 익혀 숙회로 먹기도 하고 끓는 물에 넣어 샤브샤브로 먹기도 한다. 충남 서천군의 홍원항과 보령시의 무창포가 유명하다.
 
가까운 당진시에서는 간재미가 제철이다. 간재미는 가오리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로, 다른 지역에서 보통 가오리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데 반해, 충청 지방에서는 ‘간재미’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간재미는 사철 서해와 남해에서 두루 잡히지만, 특히 산란기인 봄철에 잡힌 것이 맛있다. 산란을 마친 것은 불었던 몸집이 비쩍 말라 먹을 게 없다. 간재미를 이용한 요리 중에서는 싱싱한 채소와 함께 버무린 간재미회무침이 인기가 가장 높다. 삭힌 뒤 톡 쏘는 맛을 즐기는 홍어와 달리 삭히지 않고 먹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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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의 법성포 일대는 봄이 되면 굴비로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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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전남 영광군에 가면 영광굴비 정식 등을 맛볼 수 있다.

한편, 봄이 되면 유난히 활기가 넘치는 항구가 있다. 전남 영광군의 법성포다. 서해가 육지의 안쪽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온 영광 법성포는 우리나라 굴비의 최대 생산지다. 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가리키는데, 조기잡이가 한창인 봄철이 되면 이곳의 굴비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법성포 굴비가 유명해진 까닭은 법성포가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이다. 소금기를 머금고 불어오는 해풍과 더불어 이맘때쯤의 지역 기온은 굴비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염장할 때는 영광군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도 다른 곳의 굴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동해의 맛, 대게 

울진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대게가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죽변항. 

대게잡이는 보통 초겨울부터 시작되지만, 맛이 좋은 때는 봄이다. 크기가 ‘큰(大)’ 게여서 ‘대게’라 부른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진군을 비롯한 영덕군, 포항시 등에서 많이 잡힌다. 이중 우리나라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울진군이다. 특히 울진군의 죽변항은 질 좋은 대게를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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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배에서 내려지는 즉시 경매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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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에는 대게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밤새 어획을 마친 대게잡이 배들은 보통 아침에 항구로 들어온다. 상인들이 모이는 아침 9시부터는 경매가 이뤄진다. 대게는 배에서 내려지는 즉시 경매장 바닥에 펼쳐진다. 대게의 품질은 즉석에서 평가되는데, 품질 분류는 물론 값을 부르고 매기는 일도 모두 순식간에 이뤄진다. 경매 현장에서는 크게 이윤을 붙이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도 싱싱한 대게를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 경매장 옆에는 갓 구입한 대게를 쪄주는 음식점도 마련돼 있다.
 
사실 대게의 맛은 크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살이 얼마나 꽉 들어찼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살이 꽉 들어찬 대게는 배의 색깔이 짙다. 또, 배 부분을 손으로 눌렀을 때 무르거나 물이 비죽 새어 나오면, 살이 차지 않은 ‘물게’일 확률이 높다. 대게는 색깔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중 최상급은 ‘참대게’ 또는 ‘박달대게’라 불리는 황금색의 대게다. 울진군 죽변항에서는 이 같은 참대게가 상춘객들의 입맛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남해의 맛, 도다리와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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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남도의 도다리와 멍게도 제철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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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오른 도다리와 향긋한 해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이 일품이다. 

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이다. 동백꽃과 매화가 맨 먼저 망울을 터뜨리고 나면 이어서 목련과 벚꽃이 거리를 수놓는다. 바다 내음과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남도는 봄철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남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맛’이다. 특히 그림 같은 풍경으로 이름난 경남 통영시와 거제시에는 봄철 별미인 ‘이것’들이 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특히 통영과 거제의 도다리쑥국은 봄철 별미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도다리 역시 다른 해산물과 마찬가지로 봄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 이 도다리와 향긋한 해쑥을 함께 넣어 끓여낸 도다리쑥국은 맛이 담백하면서도 보양에 좋아, 해마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육지와 바다의 봄기운이 한데 어우러진 봄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참기름과 채소를 넣어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봄철 별미로 인기가 높다.

한편, 이 지역의 멍게비빔밥 역시 봄철 별미 중 하나로 꼽힌다. 예부터 통영시, 거제시에서 많이 먹던 향토 음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전 국민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됐다. 멍게는 보통 돌멍게, 붉은멍게, 꽃멍게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통영시에서 많이 나는 것은 꽃 멍게다. 2월 말부터 수확하며, 4월부터 5월 사이에 난 것이 살이 꽉 들어차 가장 맛이 좋다.
 
통영시를 포함한 남해안에서 나는 멍게는 주로 양식으로 키운 멍게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멍게 중 통영시와 거제시 앞바다에서 나는 멍게가 약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멍게는 특유의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강한 편인데, 천일염에 숙성시킨 멍게가 들어간 멍게비빔밥의 경우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멍게비빔밥에는 자극적인 양념은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참기름과 깨만 넣었는데, 요즘에는 신선한 채소도 곁들여 먹는다. 고소한 참기름과 채소, 그리고 멍게의 싱그러운 향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간간한 맛이 난다. 별미를 즐겼다면 이제는 남도의 봄을 만끽할 시간.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시와 거제시의 앞바다는 육지가 바다를 끼고 있어, 그 풍광이 남다르다. 따뜻하게 펼쳐지는 남도의 풍경 앞에서 완연한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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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별미를 다룰 때 해산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죠! 봄 내음과 바다 내음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서해로, 동해로, 남해로 취향 따라 떠나 보세요!

트래블투데이 김혜진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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